2004년 06월 25일
[감상] 쿼런틴
올해 2월에 썼던 감상.
행복한 어쩌고 SF 총서로 나온 책을 구내 도서관에서 빌려보다.
쿼런틴 quarantine. 격리 라는 뜻의 어려운 영어단어다. 매우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한 배경으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어느날 갑자기...
블랙홀이 태양계 주변을 뒤덮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계를 제외한 우주 전체가 블랙홀 저편으로 넘어간것 처럼 보이게 된다.)
명왕성 궤도의 두배가 넘는 이 검은 "버블"이 태양계를 감싸고 하늘에서는 별이 사라져 버린다. 온갖 초자연적이고 종교적이고 비교적인 해석이 난무했지만, 가장 상식적이고 납득이 가는 설명 은 .. 초지성을 가진 외계인이 지구와 태양계를 '격리'시켰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그런데 왜? 아무도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화성까지도 유인우주선 보내는게 벅찼던 인류의 생활에는 실질적으로 큰 변화는 없었지만 사회적으로는 큰 사건들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있는 배경은 나노기술(이제는 진부한?)을 이용한 뉴런 과학이다. 인간의 뉴런을 마음대로 재배치 해 주어서 뇌속을 이를테면 컴퓨터 시스템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바이너리 데이터를 RF나 적외선 같은걸로 송신하면 몸속에 장비된 수신기가 대뇌신호로 전환해서 머리속으로 전달해 준다.
그럼 보스(바이컴,500$)같은 '모드'들을 사용해서 잠을 자는 동안 백그라운드로 그 데이터를 머리속에 차곡차곡 정리해서 쌓아 둘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소리냐고? 자는동안 시험범위의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배경에서 하드보일드 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대뇌의 어떤 부분이 아예 없는 선청성 정신질환 환자가 '납치'된다. 누가? 왜? 퇴직한 전직경찰관인 주인공에게 이 사건의 의뢰가 시작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어 간다.
그리고 그렇게 접근한 진실의 가운데에는....
2부에서 그는 '앙상블'이라는 조직에 강제로 포섭된다. '충성'을 강요하는 '모드'에 의해서. 그의 모든 의지는 '앙상블'의 충성을 바치도록 만들어주는 신경 회로가 그에게 삽입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비밀을 캐는 사람인 동시의 비밀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앙상블의 비밀은? 그 정신질환 환자는 왜 납치되었을까?
정답은 의외로 양자 역학에서 나오게 되었다. 사실 그 환자는 납치되었다기 보다는 '터널링' 효과로 벽을 뚫고 나온거였다. -_-
이 소설은 이제 막나가게 된다.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역설에서 시작된 코펜하겐 해석. "관찰자"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작가는 한발 나아간다. (이와 다른 해석은 '평행월드' 해석이라고 할수 있다. 즉 고양이가 살아있는 우주와 죽어있는 우주 모두가 존재하는게 평행월드론이고, 관찰자가 관찰하는 순간 고양이는 죽던지 살던지 둘중 한가지로 결정나 버린다는게 그 반대 해석이다. 고양이가 죽는 시간이 중요한게 아닌게, 관찰하는 순간 [이미 죽어있었던게 사실]인 세계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원래 우주는 모든 가능한 고유상태를 전부 가지고 있는 중첩된 세계였다. 그러나 지구에서 진화한 어떤 생명체가 그런 고유상태중 하나를 '관측'함으로서 다른 모든 고유 상태들을 없는 거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진화하게 되었다. (인간을 위시한 기타 포유류들..?)
그래서 인간이 더 많은 우주를 관찰하면 관찰할 수록 우주의 많은 좋은 것들을 본의아니게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가? 격리할 만한 동네 아닌가?
납치당한 여인네는? 그 아가씨는 선천적으로 뇌에 그 기능이 없기 때문에 관측되지 않는 동안 무한한 스테이트를 떠 돌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없이 격리된 정신병원 속에서 터널링 효과로 벽을 뚫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앙상블>은 그것을 이용 이러한 고유상태의 선택(파동함수의 수축)을 지연할수 있는 '모드'를 개발하고, 아울러 이를 이용하여 원하는 고유상태를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주사위 두개를 던져서(2D6) 1과 1이 1000번 나오는 그런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앰버연대기의 주인공들이 적절한 평행세계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는 '충성'모드를 달고 있는 고용인들, 주인공을 포함한,이 충성의 대상을 곡해함으로서 파국으로 치닫는다. 모든 수축이 멈추어진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가 지구상에 열렸다가 다시 수축되는... 이쯤되면 앰버를 능가하는 형이상학이 펼쳐진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당히 단단한(Hard) SF로 분류된다. 난 양자역학쪽 보다는 뉴런과학을 통해 여러가지 일을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여기어 졌다. 뇌구조를 바꿈으로서 원하는 것들을 이루게 해 주었으며, 심지어 '무엇을 원하는지 결정'해 주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이 그냥 추상적으로 묘사된게 아니라 상당히 구체적인 프로세스를 제공해 줌으로서 (어떤 프로토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나같은 공학도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만들어 준다. 이것이야말로 SF의 묘미.
김상훈씨 번역의 문제라면, 맨날 김상훈, 강수백, 김상훈, 강수백 이렇게 번역된 책만 읽다보니, 내가 글을 쓸때 이사람 문체를 따라간다는거.
마지막으로 이 책의 교훈은.
관찰자가 대상의 상태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내가-보기만하면-우리팀이- 맨날져 여러분. 당신들 때문에 지는게 맞다!! 절대 보지 말아라!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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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4/06/25 21:27 | 창작과 비평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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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쿼런틴
원제: Quarantine 저자: 그렉 이건 출판사: 행복한책읽기 2066년의 지구. 30여년 전에 출현한 의문의 거대 구체 버블(bubble)이 태양계 전체를 뒤덮고 있어서 밤이 되어도 별이 보이지 않는 세계.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직 경관이자 사립탐정인 닉 스타브리아노스는 24시간 완벽한 감시체제 하에 있는 병원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린 젊은 정신지체 여성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익명의 의뢰를 받는다. 닉은 이 여성이 호주대륙 남부의 신생 독립국가 '뉴홍콩'의 한 연구소로 보내어졌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추적을 개시한다. 그러나......more
그러고 보니 누가 주인공을 애초에 고용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