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The arms of the Kraken (3/8)


크라켄의 딸

홀안은 술에 취한 할로우들, 그 먼 친척들까지 전부로 시끄러웠다. 모든 로드들은 의자 뒤에다가 자기 깃발을 걸어두고 부하들을 앉혀두었다. [너무 적어.] 회랑에서 내려다보던 아샤 그레이조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직까지 너무나 적어.] 의자의 사분의 삼은 비어 있었다.



블랙 윈드를 정박시킬때 '아가씨' 콰를도 그렇게 말했었다. 외삼촌의 성 아래 정박중인 롱쉽을 세어보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던 것이다. "안왔습니다... 적어도 충분히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은 명백한 사실이었으나 아샤는 차마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 부하들이 듣는 곳에서는. 부하들의 충성을, 그녀를 위해 죽기까지 할 그들의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철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분명하게도 가망없는 일에 목숨을 걸 때에는 주저하게 되는 법이었다.

[나한테는 친구들이 이거 밖에는 없었나?] 보이는 깃발로는 보틀리의 은색 물고기, 스톤트리의 돌나무,볼마크의 검은 리바이어던, 마이레의 올가미가 있었고 나머지는 전부 할로우의 낫 문양이었다. 보어문드는 옅은 푸른 바탕에 낫 문양이었고, 호쏘는 요철로 둘레를 두른 낫 모양이었으며, 기사는 어머니 가문의 화려한 공작무늬와 낫 무늬을 사등분 배열한 모양이었다. 은발의 지그프리드는 심지어 두 개의 낫을 엑스자 형태로 겹친 문양을 사용하였다. 오로지 로드 할로우만이 여명의 시대 부터 내려온 모습 그대로 칠흙 검정 바탕위의 은색 낫문양을 걸 수 있었다. 로드릭, '독서자'라고 불리우는 텐타워스의 로드, 할로우의 로드, 할로우의 할로우, 그녀의 외삼촌.

로드 로드릭의 상석은 비어 있었다. 그 의자위에는 은 세공된 거대한 낫 두개가 교차되어 걸려있었는데, 그 낫들은 어찌나 큰 지 자이언트라고 해도 휘두르기에는 무리가 있을 법 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비어있는 쿠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샤는 놀라지 않았다. 연회가 끝난지는 한참 되었다. 큰 구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는 거라곤 뼈다귀랑 기름낀 빈 접시들 뿐이었다. 남은 자들은 술을 마시고 있었고, 외삼촌은 술주정 싸움꾼들 사이에 끼어 있는 법이 없었다.

아샤는 세 이빨에게 갔다. 소름끼치게 나이가 많은 여자였는데, 이 여자는 열두 이빨이라고 불릴때부터 여태껏 외삼촌의 집사였다.
"외삼촌께선 책한테 가 계시나?"
"네, 달리 어디 계시겠습니까?"
이 여자의 나이에 대해서, 한 셉톤은 이 여자가 할머니신(The Crone)을 간병했음에 틀림없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물론 일곱신 신앙이 군도에서 아직 받아들여지던 시절 이야기다. 로드릭도 텐 타워스에 셉톤을 두었었는데, 영혼 때문이 아니라 책 때문이었다.
"서고에 계십니다. 보틀리도. 거기 같이 계시죠."

보틀리의 문장도 홀에 걸려 있었다. 옅은 녹색 바탕에 은색 물고기 떼 모양. 그런데 롱쉽들 사이에서 스위프트 핀(빠른 지느러미)호는 보지 못했다.
"듣기로는 까마귀눈 삼촌이 늙은 서웨인 보틀리를 익사시켜 버렸다면서."
"여기 계신건 로드 트리스티퍼 보틀리시지요."

[트리스.] 서웨인의 맞아들 하렌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궁금했다. [곧 알게 되겠지, 분명히.]
트리스 보틀리를 못 본지는 벌써.. 아니 그 생각은 더 안하는게 좋았다. "어머님은?"
"주무십니다.", 세이빨이 대답했다. "미망인 탑에서요."

[그래, 달리 어디겠어.] 그 탑의 이름이 유래한 미망인은 그녀의 고모였다. 레이디 기네스는 남편이 발론 그레이조이의 첫번째 반란때 페어 아일에서 전사하자, 상중에 집으로 돌아왔다.
"슬픔이 다 가실때까지만 여기서 지내련다.", 그 유명한 이 말을 이 때 외삼촌에게 했다. "권리상 텐 타워스는 내것이지만 말이야. 내가 일곱살이나 나이가 많으니까."
이후로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이 미망인은 여전히 꾸물거리고 슬퍼하고 이따금씩 성은 자신의 거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로드 로드릭한테는 두번째로 미망인 여동생이 생기셨군.] 아샤의 생각이 거기에 미쳤다. [외삼촌이 혼자 책만 보고 계신것도 당연해.]

지금까지도 그 병약했던 레이디 아날리스가 그렇게 굳세고 튼튼했던 남편 로드 발론보다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았다. 아샤가 전쟁터로 항해하여 나갈적엔 항상 돌아오기전에 어머니가 먼저 돌아 가시는거 아닌가 하는 무거운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한번도 그대신 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드라운드 갇께서 우리 전부에게 심술궂은 장난을 하시지. 그래봤자 인간들이 훨씬더
잔인해.] 갑자기 폭풍이 몰아와서 로프가 끊어져 발론 그레이조이가 죽었다. [혹은 그랬다고 주장하지.]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본것은 딥우드 모틀을 공격하기 위해 북으로 가던 중 식수를 보급하기 위해 잠시 텐타워스를 들렸을 때였다. 아날리스 할로우는 시인들이 찬양할 만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진 않았지만, 딸인 아샤는 그 강인한 얼굴과 눈가의 웃음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찾아봤을 때 레이디 아날리스는 털가죽 더미 아래 웅크리고 창가에 앉아 먼 바다를 쳐다보고 계셨다. [이분이 어머니신가, 아니면 유령이신가?] 볼에 키스해 드릴 때 이렇게 생각했었다. 어머니의 피부는 양피지마냥 얇았고 긴 머리는 하얗게 새어 있었다. 머리를 쳐드는 모양새에는 위엄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눈은 침침하였고, 떨리는 입에서 나온 목소리로 테온에 관하여 물어보았다. "내 아기를 데리고 왔느냐?", 이렇게 물어보셨다. 테온이 열살 때 인질로 윈터펠에 잡혀간 이래로 레이디 아날리스에게 그 애는 항상 열 살짜리인것 같았다.
"테온은 못 와요. 아버지가 그 애를 스토니 스톤 공략에 보내셨어요."
레이디 아날리스는 이말에 대답을 않았다. 단지 천천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딸의 말에 상처를 입은 모습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테온이 죽었다고 말해 드려야 해. 어머니 가슴에 비수를 하나 더 꼿는 거지.] 거기엔 벌써 비수가 두개 더 꼿혀 있었다. 로드릭, 말론이라고 쓰여있는 그 칼은 밤이면 자주 그녀 가슴을 잔인하게 후벼파곤 했다. [내일은 꼭 찾아 뵈고 말리라.] 아샤는 다짐했다. 길고 피곤한 여정 다음이었다. 지금은 어머니를 대면할 수 없었다.

"로드 로드릭에게 말씀을 드리러 가겠어.", 세이빨에게 말했다. "부하들을 봐줘, 블랙 윈드의 하적을 마치면 말이야. 포로를 데리고 올꺼야. 따뜻한 침대와 뜨거운 식사를 준비해줬으면 해."
"주방에 차가운 소고기가 있습니다. 올드타운에서 가져온 큰 돌항아리에 겨자도 있고요."
노인은 겨자 생각에 웃음을 지었다. 잇몸위로 삐죽 튀어나온 이빨 한개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론 안되. 힘든 항해를 했단 말이야. 뱃속에 뜨거운걸 좀 넣어줘야 되."
아샤는 엉덩이에 두른 가죽 벨트에 엄지손가락을 걸었다.
"레이디 글로버랑 애기한테도 음식이랑 자리를 줘야되. 감옥이 아니라 타워에 모셔두라고. 애기는 아파."
"애기들은 종종 아프죠. 대개는 죽고, 백성들은 슬퍼하죠. 로드께 저 늑대 백성들을 어디에 둘지 여쭤보지요."
아샤는 여자의 코를 엄지와 검지로 붙잡고 꼬집었다.
"내말대로 하라고. 그리고 만약 이 애기가 죽으면, 할멈보다 더 슬프게될 백성은 없을 줄 알라고."
세이빨은 울부짖으며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아샤는 그녀를 놓아주고는 외삼촌을 찾으러 갔다.

이 홀을 다시 걷게되니 좋았다. 아샤에겐 항상 텐 타워스가 집처럼 느껴졌다. 파이크에서 보다 훨씬.[한 개도 아니고, 성 열 개가 같이 부셔져 있네.] 처음 봤을때 느낌은 그랬다. 숨도 안쉬고 층계를 오르내리며 경주했던 기억, 롱 스톤 퀘이에서의 낚시질, 외삼촌의 책더미에서 헤매고 다녔던 밤낮의 기억이 생각났다. 외삼촌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 성을 지었고, 아직까진 이 섬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성이다. 그 분 로드 테어모어 할로우께서는 아들 세명을 요람에서 잃고는, 그 탓을 낡은 할로우 홀의 물새는 천정과 축축한 돌벽과 곰팡이 핀 기둥에 돌렸 것이다. 텐 타워스는 더 환기가 좋았고, 안락했으며 위치도 좋았다. 그런데 로드 테오모어는 그 분 아내들이 하나같이 증언했듯이 변덕스런 사람이었다. 아내를 여섯명을 두었는데 그들은 서로 닮은데가 하나도 없었다. 텐 타워스도 그와 똑같았다.

북타워는 열개중 가장 뚱뚱한 건물로, 8각형 모양에 커다랗게 잘라낸 돌벽돌로 지어져 있었다. 계단은 두꺼운 벽 속으로 지어졌다. 아샤는 재빠르게 그 계단을 올라가 5층, 외삼촌이 책을 읽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물론 삼촌이 책을 읽지 않는 방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로드 로드릭은 손에 책을 들지 않은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화장실에서건, 시송(sea song 바다 노래)호 갑판에서건, 재판을 벌일때에도. 아샤는 외삼촌이 은색 낫 아래의 상석에서 책을 읽는 모습도 자주 보았다. 주어진 사건을 듣고 판결을 내린 다음에... 병사들이 다음 탄원자를 데리러 오는 동안 틈틈히 책을 읽곤 했다.

로드릭은 창가 테이블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주변의 양피지 문서들은 흡사 발라리아의 멸망이 전에 쓰여졌을 법 했고, 청동이나 강철 걸쇠가 달려있는 두꺼운 가죽표지 책들도 있었다. 앉은 자리 양옆에는 사람 팔만큼 두껍고 긴 밀납 양초가 불이 붙은 채 화려한 강철 받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로드 로드릭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았고, 키가 크지도 작지도 않았으며, 잘 생기지도 못 생기지도 않았다. 머리카락은 눈 색갈처럼 갈색이었고 짧지만 단정한 수염을 좋아했는데, 그 수염도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전반적으로 그는 평범한 사내였으며, 특징이라고는 글로 쓰여진 것들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는데, 강철인들 사이에서는 남자답지 못하고 괴상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외삼촌.", 아샤는 문을 닫았다. "무슨 독서가 그리 급하시길래 손님들을 주인없이 남겨 두셨나요?"
"대(大)마에스터 마윈이 쓴 '잃어버린 책들에 관한 책'이다.", 그는 읽던 페이지에서 시선을 떼어 아샤를 쳐다보았다.
"호쏘가 올드타운에서 복사본을 가져다 주더구나. 호쏘는 나한테 결혼시키고 싶은 딸이 하나 있고."
로드 로드릭은 긴 손가락으로 책을 두드렸다.
"여기 보이냐? 마윈이 말하길 '징조와 전조'의 세 페이지를 찾아다고 하는구나. 아에나르 타르가르옌의 처녀딸이 계시를 받아적은 책이지. 발라리아의 멸망이 찾아오기 전에. 라니도 니가 온걸 알고 있니?"

"아직은요." 라니는 로드릭이 어머님을 부르는 애칭이었다. 그 이름을 쓰는 건 '독서자' 로드릭뿐이었다.
"쉬시도록 두려고요."
아샤는 의자에서 책을 한무더기 내려 놓고 그 위에 앉았다.
"세이빨은 이빨이 두 개 더 빠졌던데요. 이젠 한이빨이라고 부르실 건가요?"

"요샌 거의 부르지도 않는다. 그 여자는 무서워. 지금 몇시냐?", 로드 로드릭은 창밖 달이 떠오른 바다를 쳐다보았다.
"벌써 어두워 진거냐? 몰랐구나. 늦었구나 아샤. 며칠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역풍이 불었어요. 그리고 포로들도 신경써야 했죠. 로버트 글로버의 아내와 자식이죠. 제일 어린 놈은 아직 젖먹이인데, 레이디 글로버의 젖은 오다가 말라버렸죠. 할수 없이 블랙 윈드호를 스토니 쇼어에 대고 부하를 보내 젖유모를 구해야 했어요. 녀석들은 대신에 염소를 한마리 가져오더군요. 여잔 살아 남지 못하니까. 마을엔 유모가 있나요? 딥우드는 계획에 대단히 중요해요."

"니 계획은 바뀌어야 한다. 너는 너무 늦게 왔어."
"늦고 배고프죠.", 그녀는 긴 다리를 테이블 아래로 쭉 펼쳤다. 그리고는 가장 가까운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엄벌의 마에고르가 푸어 펠로우를 상대로 일으킨 전쟁에 관한 셉톤의 설교책이었다.
"아, 게다가 목도 말라요. 에일 한뿔이면 좋겠는데요, 외삼촌."

로드 로드릭은 입술을 오무렸다.
"서재에서는 음식이 안되는 걸 알잖니. 책이.."
"..상할 수도 있으니까", 아샤가 웃으며 덧붙였다.
외삼촌은 눈섭을 찡그렸다. "나를 놀리는걸 좋아하는구나."
"아,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제가 놀리지 않는 남자는 만난적 없으니까. 지금쯤이면 잘 알고 계시잖아요? 제 이야기는 그만하죠. 외삼촌은 잘 있으셨어요?"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잘지내지. 눈은 좀 나빠졌다. 미르에 책읽을 렌즈를 부탁하러 사람을 보냈다."
"고모는요?"
로드 로드릭은 한숨을 지었다. "아직도 나보다 7년 연상이고, 텐타워스는 자기꺼라고 확신하고 있지. 기네스는 건망증이 심해졌지만, 그것만은 안 잊어먹어. 죽은 남편에 대해선 그가 죽던날 만큼이나 슬퍼하고 있고, 비록 그 이름이 항상 기억나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한번이라도 그 이름을 알기나 했었는지 궁금해요.", 아샤는 셉톤의 책을 엄지손가락으로 닫았다.
"아버지는 살해당하신건가요?"
"니 어머니는 그렇게 믿으신다."
[한때는 기꺼이 스스로 아버지를 살해하셨을 때도 있었지.] "외삼촌 생각은요?"
"발론은 발밑의 로프 다리가 끊어져서 떨어져 죽었다. 폭풍이 불고 있었고, 다리는 바람이 불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려 감기고 있었다.", 로드릭은 어깨를 으쓱했다. "적어도 그렇게 들었지. 네 어머니는 마에스터 웬다미르에게 새를 받으셨다."

아샤는 칼집에서 단도를 꺼내 그걸로 손톱밑의 끼인 먼지를 소지하기 시작했다.
"삼년이나 떠나가 있다가. 까마귀눈은 아버지가 죽던 바로 그날 돌아 왔어요."
"그 다음 날이라고 들었다. 사일런스호는 발론이 죽던날엔 바다에 있었다. 라고 말하더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생각에도 유론이 돌아온 시점은 참으로... 딱 맞춰다라고나 할까?"
"전 그 정도로만 이야기하진 않겠어요.", 아샤는 단도를 테이블위에 내리쳤다.

"제 배들은 어디간거죠? 아래에 정박한 롱쉽이 스무척 있더군요, 그정도론 유론을 아버지 옥좌에서 몰아 낼 근처에도 못 가겠죠."
"소환장을 보냈다. 너의 이름으로, 너와 네 어머니에 대한 사랑에서. 할로우 가문이 모였다. 스톤트리 역시. 그리고 볼마크하고 마이르에서도..."
"전부 할로우 섬이죠. 일곱 섬 가운데에 단 한 개. 홀에는 파이크에서는 보틀리 깃발 하나 달랑 있더군요. 살트클리프나 오크우드나 위크들에서 온 배들은 어디있죠?"
"블렉타이드에서온 바엘러 블랙타이드는 나와 잠시 상의를 하러 들르더니, 바로 떠나버렸다.", 그는 '잃어버린 책들에 관한 책'을 덮었다.
"그는 지금쯤 올드 위크에 있을 게다."

"올드 위크?", 아샤는 그들이 전부 파이크로가서 까마귀 눈에게 복종했단 이야기를 들을까봐 걱정하고 있던 참이었다. "올드 위크에는 왜?"
"너도 들은줄 알았는데.. 아에론 댐프헤어가 킹스무트를 소집했다."
아샤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크게 웃었다.
"드라운드 갇께서 아에론 삼촌 똥구멍을 가시고기로 쑤시기라도 하셨나. 킹스무트? 농담이겠죠? 아님 진짜 하자는 건가요?"
"댐프헤어는 침몰했던 이후로는 농담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제들도 그 소집을 받아들였어. 눈먼 베론 블랙타이드, 세번 익사한 탈리... 심지어 늙은 그레이 걸도 지내던 바위를 떠나서 할로우를 가로질러 갔더구나. 킹스무트에서 설교하기 위해서 말이야.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선장들은 올드 위크에 모이고 있다."

아샤는 놀랐다. "까마귀눈도 이 거룩한 코메디에 참가해서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한건가요?"
"까마귀눈에 대해선 확신이 없구나. 파이크로 와서 충성의 맹세를 요청하는 전갈 이후로는 유론에게서는 다른 말은 들은게 없다."

[킹스 무트. 이건 참 새롭군. 아니, 그보단, 이건 진짜 너무 오래된 거지.]
"그리고 빅타리온 삼촌은요? 댐프헤어의 견해에 대해 뭐라시죠?"
"빅타리온도 네 아버지의 죽음의 전갈을 들었을 게다. 킹스무트에 대해서도. 의심할바 없지. 그 이상은 나로선 뭐라고 할 수가 없구나."
[전쟁보다야 킹스무트가 낫겠지.] "댐프헤어의 냄새나는 발에 키스라도 해 드려야겠네요. 발가락 사이에 끼인 해초도 빨아 드리고.", 아샤는 단도를 잡아뽑아 다시 칼집에 넣었다.
"망할 킹스무트!"
"올드 위크에서다.", 로드릭이 한번 더 확인해 주었다. "망하지 않길 기도할 생각이지만 말이다. 해레그가 쓴 [강철인의 역사]라는 책을 읽었다. 소금왕들과 바위왕들이 마지막으로 킹스무트에서 만났을 때는 오크몬드의 우론이 자기 도끼수들을 풀었지. 나가의 갈비뼈는 잔혹하게 붉게 물들었다. 이후 그레이아이언 가문이 천년동안 선출 절차없이 다스려오다가, 안달인들이 들어온거고."

"해레그의 책을 좀 빌려주세요.", 올드 위크에 도착하기 전까지 킹스무트에 대해 가능한 많이 배워야만 했다.
"여기서 읽거라, 오래되고 너덜너덜하거든.", 그는 찡그리며 아샤를 쳐다보았다.
"대마에스터 리그니가 쓰기를 역사는 수레바퀴와 같다고 했다. 왜냐하면 인간의 본성이란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은 반드시 또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지. 까마귀눈을 생각하면 꼭 그 말이 생각나더구나. 유론 그레이조이나 우론 그레이아이언이나 나이먹은 내 귀에는 똑같이 들리거든. 난 올드 위크에 가지 않을 생각이다. 너도 그래라."

아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얼마만에 열리는 킹스무트를 빠지라고요. 진짜로 얼마만이죠, 외삼촌?"
"사천년이다. 해레그가 옳다면. 마에스터 데네스탄이 '의문점들'이라는 책에서 한 주장을 믿는다면 그 절반 말이고. 올드 위크로 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듣고싶지 않겠지만 아샤, 너는 뽑히지 않을거야. 강철인을 여자가 다스렸던 적이 없다. 기네스는 나보다 일곱살 연상이지만, 내 아버지가 죽었을때 텐 타워스는 나의 것이 되었어. 너한테도 똑같다. 넌 발론의 딸이지, 아들이 아니야. 게다가 넌 삼촌이 세명이나 있단다."

"넷이죠."
"크라켄 삼촌 세명. 나는 셈하지 않는다."
"저한텐 셈해지세요. 텐타워스의 외삼촌이 있는한, 나에겐 할로우가 있는거죠."
할로우는 강철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은 아니었지만, 가장 부유하고 인구가 많은 섬이었다. 로드 로드릭의 힘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할로우섬에서 할로우 가문에겐 정적이 없었다. 볼마크와 스톤트리 가문들은 섬에 인구도 많고 자신들의 유명한 선장과 사나운 전사들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가장 사나운자들도 낫 문장 앞에는 모두 무릎을 꿇었다. 케닝스와 마이르는 한 때 강력한 적이었으나, 벌써 오래전에 패배하여 가신이 되어있었다.

"사촌들은 내게 충성한다. 전쟁에서 나는 그들의 칼과 배를 지휘할것이고. 그렇지만 킹스무트에서는..",
로드 로드릭은 고개를 저었다.
"나가의 뼈 아래에서는 모든 선장들은 동등하다. 네 이름을 외치는 자들도 있겠지, 그걸 부정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빅타리온이나 까마귀눈의 이름이 울려퍼지면, 지금 내 홀에서 술먹는 자들중에도 합류하는 자들이 있을꺼야. 다시 말하지만, 폭풍속으로 배를 몰지마라. 네 싸움은 가망이 없어."
"싸워보기 전까지 가망이 없는 싸움은 없어요. 상속권은 나에게 있어요. 난 발론의 몸에서 나온 상속자라고요."
"넌 여전히 고집 센 아이로구나. 불쌍한 어머니를 생각하렴. 래니에게 남은거라곤 너밖에 없다. 너를 붙잡아 놓는데 필요하다면 블랙 윈드호에 불이라고 지르마."
"그래서, 저를 올드 위크까지 헤엄쳐 보내시고요."
"춥고 긴 수영이지. 니가 붙들 수 없는 왕관을 향한. 네 아버지도 감각보다는 용기가 더 있으셨지. '옛 방식'은 우리가 많은 왕국들 가운에 하나였을 때는 통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에곤의 정복은 거기에 종말을 가져온거야. 발론은 그 앞에 놓인 당연한 사실을 바라보길 거부했다. '옛 방식'은 블랙 하렌과 그 아들들과 같이 죽어 버렸어."

"저도 알아요."
아샤는 아버지를 사랑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속일 수는 없었다. 발론은 어떤점에서는 맹목적이었다. [용감한 분이셨지만, 나쁜 군주셨어.]
"그렇다고 우리가 강철 옥좌에 노예로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좌현에는 폭풍이, 우현에는 암초가 놓여있을 때, 현명한 선장은 제삼의 진로를 선택하지요."
"나한테 그 제삼의 진로를 보여다오."
"저는.... 퀸스무트에서 보여드리지요. 외삼촌, 어떻게 참석하지 않을 생각을 하세요? 이건 역사가 될거라고요. 살아있는"
"역사는 죽어 있는 편을 더 좋아한단다. 죽은 역사는 잉크로 쓰여져 있지. 산 역사는 피로 쓰여지고."
"침대속에서 늙고 병들어 죽기를 바라는 건가요?"
"더 좋을게 뭐가 있니? 물론 책을 다 읽기 전까진 죽지 않을 생각이다.", 로드 로드릭은 창가로 다가갔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구나."
[무서웠거든요.] "어떠신데요?"
"더 튼튼해지셨다. 우리 전부보다 더 오래 살게다. 니가 이 바보같은 짓을 계속하려 한다면, 너보다 오래 살 건 분명하고. 여기 처음 왔을때 보다 식사도 더 많이하고, 요샌 밤에 잠도 잘 잔다."
"잘 되었네요."
파이크에서 마지막 몇 년동안, 아날리스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밤이면 촛불을 들고 아들들을 찾는다며 홀을 방황하고는 했다. "말론?"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불렀다. "로드릭, 어디에 있니? 테온, 내 아가야,어머니에게 오렴." 여러번 아샤는 아침이면 어머니발에 상처가 나 있는 것을 보았다. 전날밤 맨발로 시타워의 나무판 다리를 건너갔다 왔던 것이다.

"아침에 뵐 거에요."
"테온에 대해 물으실거다."
[윈터펠의 왕자님.] "무슨 말씀을 해주셨죠?"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었다", 그는 머뭇거렸다.
"걔가 죽은건 확실하냐?"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어요."
"시체를 찾은 거냐?"
"시체 쪼가리를 찾았죠. 우리가 가기전에 늑대들이 먼저갔어요. 네발달린 것들이었죠, 그래도 두발달린 자기 친척들 복수는 확실하게 했더군요. 죽은 시체들은 다 흩어졌고, 뼈가 다 들어나 있었죠. 솔직히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기는 힘들어요. 아마 북부인들이 자기들끼리 싸운것 같더군요."

"까마귀는 죽은사람 살점을 놓고 싸우지. 눈알 때문에 서로룰 죽이기도 하고.", 로드 로드릭은 먼 바다에 파도위로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왕이 한명 있었는데, 그러다가 다섯이 되었고. 이제 보이는건 까마귀들 뿐이구나, 웨스테로스의 시체 위로 모여드는.", 그는 셔터를 닫았다. "올드 위크로 가지 말아라 아샤. 어머니랑 같이 있거라. 오래 계시지 못 할 것 같구나."
아샤는 앉은채 움직였다.
"어머니는 날 용감하게 키우셨죠. 만약 가지 않으면, 난 남은 일생동안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해하며 평생을 지낼거에요."
"니가 가면, 니 평생은 궁금해 하기엔 너무 짧을 거다."
"그 편이 만나는 사람한테마다 시스톤 옥좌는 권리상 내거라고 투덜대며 평생 지내는 것보다 낫죠. 저는 기네스 이모가 아니에요."
이 말에 로드릭은 움찔했다.
"아샤, 내 아들 두 명은 모두 페어 아일에서 꽃게밥이 되었다. 난 다시 결혼 하고 싶지는 않다. 있거라. 너를 텐 타워스의 상속자로 임명하마. 거기에 만족하려므나."
"텐 타워스요?" [만족할 수만 있다면..] "사촌들은 싫어하실걸요, '기사', 늙은 지그프리드, 곱사등 호쏘."
"그 사람들은 섬에 자기 영지랑 지위를 다 가지고 있다."

[사실이야.] 축축하고 썩어가는 할로우 홀은 늙은 은발 지그프리드 할로우의 것이었다. 곱사등 호쏘 할로우는 서부 해안 바위산위 글리머링 탑에 자리가 있었다. '기사' 써 하라스 할로우는 그레이 가든에 코트가 있었다. 푸른색의 보어문드는 해리던 힐 위를 지배했다. 그렇지만 모두들 로드 로드릭에게 복종했다.
"보어문드는 아들 셋이 있고, 은발의 지그프리드는 손자가 있고, 호쏘는 야망이 있죠.", 아샤의 말이었다.
"다를 외삼촌을 바라보고 있지요, 지그프리드 까지도. 그 사람은 영원히 살 생각인거 같으니."
"기사가 내 뒤를 이어 할로우의 로드가 될거다.", 로드릭이 대답했다. "하지만 여기말고 그레이 가든에서도 다스릴 수 있는 거고. 성으로 가서 충성을 바치면 써 하라스가 보호해 줄거다."
"제 몸은 스스로 보호할수 있어요. 외삼촌, 전 크라켄이에요. 아샤, 그레이조이 가문의!"
아샤는 두발을 딛고 일어섰다.
"내가 원하는 자리는 아버지의 자리지, 외삼촌께 아니에요. 외삼촌 자리의 그 낫들은 참 위험해 보이더군요. 떨어지면 머리라도 잘라버릴 것 같고. 아니요, 저는 시스톤 옥좌에 앉겠어요."
"그렇담 너 또한 까마귀로구나. 썩은 고기를 찾아 소리지르는." 로드릭은 다시 테이블뒤에 앉았다. "가거라, 난 대마에스터 마윈의 책이나 다시 읽겠다."
"그 사람이 다른 페이지를 또 찾거들랑 연락 주세요."
삼촌은 역시 삼촌이었다.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올드 위크에 오실거야, 말은 뭐라고 하시던 간에.]

by hongsup | 2004/06/27 21:50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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