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영혼의 집


사실은 아직 절반밖에 읽지 않았지만 미리 감상을 쓴다. 난 어렸을 때 이 책의 영화화된 버전 (The house of spirits)에 관한 기사를 잠깐 읽고,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 공포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각해보라. 제목부터가 '영혼의 집'인데다가염력으로 소금통을 움직이고 미래를 예언하는 영감 소녀까지 등장하는데, 하운팅이나
뭐 그런 고전적인 공포물 느낌이 안나는가?



진짜로는 라틴 아메리카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라고 하며 저자는 이사벨 아옌데.책 뒷면에 기술된 소개에 따르면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작가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 작가이며 여성주의 작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성 작가들의 책은사실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그 풍부한 감수성을 받아들일 자세가 잘 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 신경숙). 물론 그렇다고 모든 여성작가를 안 읽는 것은 아니다.이 책 역시 여성작가들이 주는 섬세함과 날카로움이 물씬 느껴지면서 책을 계속 해서읽게 만드는 힘, 공감하게 하는 힘, 미소짓거나 가슴 서리 치거나 고개를 저을 수 있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책과 좋은 비교가 될 만한 책은 백년동안의 고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세계적인 명작과 마찬가지로, 영혼의 집 역시 한 가정사를 통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아우르며 복잡한 인간관계의 흐름을 보여준다. 라틴 유럽과도 뿌리가 닿아있는 대가족의 전통과 굴곡진 현대사는 이러한 문학이 탄생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기 때문일까. (물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마술적 사실주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건들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백년동안의 고독에서는 마을 전체가 불면증에 걸린다던지, 돼지 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던지 하였듯이, 영혼의 집에서도 영혼과 관계된 신비로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 신비로운 환상은 현실과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서 연결이 된다.
또 보르헤스로 부터 이어지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기법도 들어있다. 이를테면 실존인물이자 칠레의 대표 시인, 파블로 네루다인 인물이 등장한다. 그밖에 3인칭으로 진행 되는 이야기와 에스테반 트루에바가 1인칭으로 말하는 이야기가 경계없이 섞여서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고 재미나다는게 이 책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들은 대개 여성인데 박애적이면서도 의지가 강하고 매력적인 주인공들이다. 단순한 투사나 운명에 굴종하는 사람이 아닌 평범하면서도 조금씩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매력있는 주인공들이 살아있는 듯 느껴진다.

정치와 현대사에 관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고통받는 농민들의 모습과 권리가 없던 여성들의 모습이 이야기 페이지 페이지마다 넘쳐 나온다. 특히 지주 계급의 정당이 항상 선거에서 이기는 모습들 하며 자신들이 없으면 게으르고 무지한 농민들은 굶어 죽고 말 것이라는 이야기,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을때 전달된 물자가 빼돌려지는 과정과 같은 것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게 느껴졌다. 누가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에 대해 단순히 가정 환경이 좋아 게을러 가난하다던지, 포퓰리즘 때문에 망했다느니 하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고전에 대해서. 고전을 읽는 것은 사실 보증된 이야기를 읽는 것과 재미없다. 재미없거나 시시한 이야기라면 벌써 옛날에 절판되었을 테니 시대를 거듭나면서 계속 내려오는 이야기는 검증된 흥행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고전읽기를 꺼리는 이유는 아마도 그 번역이 너무 옛날 체 이거나 억지로 읽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물론 지루할 정도로 길게 쓰여진 서술의 고전들도 많긴 하지만..) 그런면에서 고전을 새로 번역해주는 출판사들에게는 감사를 한다. 그리고 어렸을적 이런 고전의 재미를 미처 느끼지 못할 시절에 억지로 고전을 읽지 않아도 되었을 내 운명에도 감사.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 나도 실제와 거짓이 섞여 있는 줄거리 요약을 쓰겠다. 알아서들 읽으시길.

델 바예 가문의 딸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로사에게서 시작된다. 어렸을 적 부터 천사와 같은 미모를 가지고 태어난 로사는 돈을 벌기 위해 광산을 택한 약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이에 사랑을 받던 로사는 그러나 정계에 진출한 아버지를 노린 약물 테러를 받고 충격을 받아 성격이 변해 버린다. 그리고 집을 떠나 버리고 로켓단을 조직 포켓몬스터 사냥에 나선다.

그의 약혼자였던 에스테반 트루에바는 절망에 빠진다. 그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스페인의 아버지가 남겨주신 정체 모를 황금색 메달. 이것 하나만 믿고 태양의 엘도라도를 발견하기 위해 그토록 고생을 했었는데... 결국 그는 저멀리 보이는 꿈속의 낙원을 남겨 둔채 물려받은 시골 장원으로 달려가 그곳의 지주가 되어 농원을 경영한다.

에스테반은 로사의 동생인 클라라에게 구혼한다. 클라라는 어렸을 적부터 신기가 있어서 염력으로 소금통을 움직이고 미래를 예언하고 그러하였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진짜 비밀은 어른으로 변신하여 아이돌 가수로 활동했다는 것이다. 무대 네임은 팬시 라라.어쨌거나 로사가 사라진 9년후 클라라는 가수생활을 접고 에스테반과 결혼한다. 그리고 영혼들과 교감할수 있는 저택을 짓는다.

그들의 딸은 블랑카. 태어날때 부터 털도 많고 흉하게 생겼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으나 클라라의 사랑으로 정상적인 아이로 자라난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신분의 비극이었던 것이다. 소작인의 아들 페드로 테르세로와 사랑에 빠져 버린 것이다.

페드로 테르세로는 어려서부터 똑똑한 아이였다. 사회주의 사상에 눈을 뜬 페드로는 농민들을 교화해 보지만, 결국 발각되어 농장에서 쫓겨난다. 의지할 곳 없이 외국으로떠돌던 페드로는 일본까지 건너가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대우주의 의지에게 붙들려 고초를 치르게 된다.

이에 블랑카 또한 집을 떠나 외국 노동자 신세를 지지만 일본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고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입버릇 처럼 "뭡니까 이거, 페드로 나빠요"만을반복할 뿐...

블랑카의 동생은 쌍동이 형제인 하이메(Jaime)와 니콜라스였다. 하이메는 몸집이 좋은 금발의 잘생긴 청년으로 타고난 싸움꾼이었다. 천성은 착했으나 그 티를 내지 않던 그는쌍동이 동생에게 금기된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한편 니콜라스는 성실했던 형과는 달리노는걸 좋아하는 양아치 같은 성격이었다.

니콜라스와 하이메는 한 여자를 좋아하는데 교육은 받았으나 가난한 여자인 아만다였다. 점성술에 관심을 가지던 니콜라스와 가까워졌던 것. 결국 니콜라스는 아만다를 임신시키고 하이메가 아이를 떼어준다. 그러나 아만다의 진짜 정체는 사실은 정부의 비밀 첩보원 이었던 것!

이에 충격을 받은 니콜라스는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서 재능이 있었던 골프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상권의 내용. 이어지는 하권을 기대하시라





by hongsup | 2004/06/28 23:30 | 창작과 비평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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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300의 만담천하 at 2004/07/14 20:02

제목 : [감상] 영혼의집 2
원래 2권 감상은 따로 안쓰려고 했지만 책을 읽다가 가슴이 시렸던 책은 오랜만이기 었기에 감상을 덧붙입니다. (1권 감상) 물론 원래는 1권짜리 책이고 번역하면서 두권으로 나누었습니다.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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