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스파이더맨 2


청년실업 60만 시대. 옆나라 일본에서는 은하를 지키는 영웅을 아르바이트로 하기라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민심 흉흉한 뉴욕에서는 공부 따로, 아르바이트 따로, 뉴욕 지키기 따로 해야하는 불쌍한 인생의 공돌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피터 파크였다. 2년전엔 고등학생이었지만, 이젠 어엿한 공과 대학생. 그리고 자취생이다.


1편에 비해 늘어진다거나 재미없다거나라고 하는 이야기들도 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비교적 만족하면서 봤다. 극장판 영화에 코믹이나 TV시리즈의 모든 것을 압축해서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극장판 영화 한편 한편이 완성도가 높은 별도의 작품이 되면서도 원작의 분위기를 한껏 살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이 필요하다. 마블의 간판이라 그러신지 헐크나 데어데블에 비하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한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원작의 인물들이 큰 거부감 안들고 자연스럽고 설득력있는 인물들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세세한 설정이야 어짜피 50년된 만화 여러번 다시 그리면서 조금씩 바뀌었던 거 아닌가? 문어 박사의 광기의 원인이 로봇팔 그 자체에 있었다는 것은 물론 설득력은 없지만, 그냥 방사선 한번 쬐고 미쳐버리는 거 보다야 더 영화적으로 충격을 줬다. 자기 팔들과 대화하는 장면이라던가 문어 박사 본인보다 먼저 깨어난 팔들이 병원을 습격하는 장면은 샘레이미의 출세작 이블데드 1편과 같은 공포영화의 기분이 물씬 풍겨났던 것이다. (지금 찾아보니 이 아저씨 Xena랑 Hercules의 프로듀셔잖아?)

그러다 보니 가장 만만한 적들중 한명이었던 문어박사가 (물론 가장 많이 싸우고 오래된 적이었지만) 저정도로 어려우면 가뜩이나 살길이 막막한 피터는 앞으로 어떻게 하란 말인지? (베놈이라던가 닥터 스트레인지라던가 하는 말도 안되는 놈들은!) 문어박사의 최후는 설정을 읽은게 하도 오래전인데, 복제 스파이더맨에게 죽었던지 베놈에게 죽었던지 했던것 같다. 애니판에서는 안죽었던거 같고. 대개 문어박사의 무서움은 그의 지능이지 물리/육체적인부분이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존 제임슨까지 등장할줄은 몰랐고, 2편만에 메리제인이 파커의 정체를 알게 될지도 짐작을 못했다. 사실 워낙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련 정보는 극도로 적게 가지고 극장에 들어섰던 것이다. 이를테면 잠본이님 블로그 같은데는 들어가 보지도 않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글을 안쓰셨음) 그래서인지 약간 길어진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잃지않고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던 것.

오프닝 시퀀스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 미국적인 그림체. 팝아트, 초상화, 코믹의 중 간쯤 되는 그림체로 1편의 내용을 요약해주었는데 내용과 분위기 전달의 용의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했다. 최근본 영화중엔 아라한 장풍대작전정도가 이정도 레벨이 되려나?

스파이더맨의 액션. 빌딩사이로 줄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번작에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자취생활을 하다가 초능력까지 잃어버리는 모습마저 보여준다!) 그리고 거미 대 문어의 벽면 액션이나 지하철 액션은 고전적인 스파이디 스타일의 전투를 멋들어지게 재현한다. 스파이디의 스타일은 정말 특이한데, 일부 영웅들처럼 전문적인 격투 훈련을 받은건 아니기 때문에 어딘가 싸움에 서툰듯한 면을 가지고 있다. 대신 뉴타잎류 "거기냐! 보인다!" 스타일의 스파이더 센스를 사용한 순발력. 줄과 벽면을 사용한 삼차원 적인 움직임! 이런 특징이야 말로 거미류 독문무공의 정수라 할 수 있다.

3편이 나올 것은 일단 확실하다. 나중에 리자드가 되는 코너스 교수, 베놈을 가지고 오게 되는 존 제임슨, 그린 고블린2로 각성한 해리 오스본이 밑밥으로 깔렸다. 그린 고블린2는 확실한데 다른 멤버는? 베놈의 그 복잡한 스토리를 2시간 영화로 이어 갈 수 있을까? 아님 이공계의 비참한 말로 시리즈를 또 다시 이어가서 리자드? 이도 저도 아니면 제 3의 적수 이를테면 크레이븐이나 킹핀이나 엘렉트로, 미스테리어스, 라이노?

배트맨이나 슈퍼맨 처럼 4편,5편을 이어가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계약은 3편까지이고 재계약 안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든 트릴로지로 마무리 짓는것이 그럴듯 해 보인다. 이후는 조금 작은 규모로 TV 시리즈를 만든다면? ^^; 잘은 모르겠지만 원작 팬들만을 위한 영화가 아닌, 세편의 영화를 크게 묶어서 마무리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나와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게다가 이제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은가?

아 그리고 난 혹시 피터에게 케잌을 줬던 아가씨가 혹시 그웬 스테이시대신 해서 죽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가지고 있다. 크레딧엔 어술라 라고 극중 이름이 올라와 있음.

다시 2편으로 돌아가서. 드라마 부분도 봐줄만 하다. 메리 제인과 피터의 왔다갔다하는 로맨스 부분. 벤 삼촌의 죽음의 원인을 고백하는 장면, 특히 그부분에서 방으로 올라가 버리는 앤 이모. 스파이더맨의 친구기 때문에 피터를 미워하는 해리. 그리고 노먼에서 해리로 그린 고블린이 이어지는 부분, 특히 윌럼 데포가 다시 등장해 줄 줄은!

하지만 더 기억나는 장면들은 개그 신들이다. 모두가 즐거워 했던 "I'm back, I'm back.." (쿵) "my back! my back!" 장면같은.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장면은 자신 없어진 스파이디가 엘리베이터타고 뻘쭘하게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 그리고 가랑이에 좀 끼어요."

아쉬운것은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 싸우는 스파이디의 특성이 별로 안나타난다는것. 1편에서도 그랬지만. 사실 극장판 영화의 최고 하일라이트 액션장면인데 싸우는 내내 뭐라고 쫑알쫑알 거리면서 불만으로 토로해대면 김이 좀 빠지긴 할 것이다. 전원을 뽑고 나서 "Now what"이라고 말하는 장면 같은 것이 그나마 좀 살았지만.

사소한것 한가지. 처음 오토 교수의 데모 중간에 사장을 피신시켰던 동양계 인물은 한국계 배우다. Daniel Dae Kim이란 사람으로 Angel에 악역으로 등장했었고 스타 트렉에도 등장했던 에피소드가 있음.

이 영화의 교훈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다. 이공계의 위기. 헐크도 그렇고, 문어 박사도 그렇고, 좀 잘되봤자 스파이더맨이고... 데어데블이랑 비교해 봐라. 장님이긴 해도 변호사니까 로맨스 대상도 부자집딸이잖아!!

엑스멘이랑 스파이더맨이랑 퍼니셔랑 헐크랑 데어데블이랑.. 크로스 오버 하면 정말 안되는 겁니까?

-300

[엘리베이터 안에서]

남자 : "멋진 의상이로군요. 어쩌자고 그런옷을 입은 거죠?"
스파이더맨 : "제가 직접 만든 거에요....... 스파이더 센스죠."

@ 제임스 -> 제임슨 수정했습니다. 감사.

@@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남자가 다른 드라마에서 게이로 나온다면서요.
관련 정보 아시는 분 부탁드립니다.

by hongsup | 2004/07/05 22:16 | 창작과 비평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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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잠보니스틱스 at 2004/07/10 23:41

제목 : Spider's Web!
2004년 7월 10일 갱신 일단은 이글루 내부의 <스파이더맨 2> 관련 포스팅으로 범위를 한정. ★개봉 전의 두근거림★ →당신의 다정한 이웃이 돌아온다! →신경쓰이는 캐릭터 두 명 →기다려라 스파이디 내가 간다~ →예매만이 살길이다 →설마 예고편이 전부는 아니겠지 →이런 컷을 원한다고, 음. →포스터 갤러리 →부업은 히어로의 숙명 →보아야하나 말아야하나 →상자가 슈퍼영웅을 이길 순 없지... →인간적인 영웅, 꼭 보고 싶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belle님 | Frankenst......more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4/07/06 10:49
줄은 정말 중요하지요 (진지)

쫑알거리는 입담이 살지 못한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1편에 비하면 농담을 약간 하긴 합니다. 문어박사님에게 돈자루 던지면서 "Here's your change!"[잔돈 갖구가] 라고 한다던가...
Commented by sandmeer at 2004/07/06 16:08
존 제임스가 누구였어? 도저히 생각이 안 나네;
Commented by hongsup at 2004/07/06 16:39
메리제인 약혼자. 제임스 국장 아들.
Commented by Fithelestre at 2004/07/07 16:18
엘리베이터 승객은 ...
http://www.imdb.com/name/nm0005452/ 로군요.
홈CGV에서 방영하고 있는 Queer As Folk 의 출연자네요.
이 드라마 소재가 게이기 때문에... 게이로 나온 건 확실하겠군요 ^^;;
Commented by Nariel at 2004/10/06 16:34
피터 파커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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