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우주 전쟁



어려셔 읽었던 소년용 세계명작집에서 가장 많이 읽었던 것이 아마 H.G 웰즈의 우주 전쟁(War of the worlds) 였을겁니다. 단, 이런식으로 읽은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원본을 도데체 구해서 읽어볼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지만요. 어쨌건 이후의 외계 침공물의 교과서이자 원본이 되어버린 작품이라서 그런지 워낙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외계인을 상대하는 정석은 역시나 미생물. (컴퓨터 바이러스 포함)



다른 모든 외계침입물을 볼때마다 이 원본 작품을 연상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는데, 다들 조금씩 이 작품에 미묘하게 미치지 못했었습니다. 원작이 주는 감동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번 스필버크루즈의 작품에도 약간 반신반의 하면서 봤는데, 이름만 빌려온게 아니라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점에 있어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초반부 삼각다리, 트라이포드 들이 땅을 뚫고, 나타나는 모습이 이 영화의 가장 멋있었던 부분입니다. 무려 100만년 (어떻게 이 숫자를 추산했는지 아무도 모르겠지만, 한 만년쯤 전에 묻혀 있었어도 충분한거 아냐?) 전부터 대도시 밑에 묻혀 있던 트라이 포드들이, 선더 브레이크 몇방에 시동이 걸리더니.. 땅을 뚫고 나타난다. 원작에서 문어들이 꼬물락 거리면서 며칠간 만들던 거에 비하면 발전된 등장 방식.


거기가 대도시가 될줄 백만년 전에 간파한 화성인들이야 말로 진정한 부동산 대부들.



거대한 동체에 실드 제네레이터 까지 갖춘 트라이포드의 대군단 앞에 지구는 속절없이 절멸해가는데...


원작이건 영화에서건 주인공의 시점이 일선의 군인이 아니라, 도망다니는 민간인이라는 점이 황폐하고 절망적인 분위기를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전쟁이라기 보다는 어떤 재난 상황인데, 도무지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는 안타까움. 영화에서는 보호해야하는 딸 (아들은 아무도 기억안함)이 있기 때문에 상황을 더욱더 나쁘게 만들었습니다. 공포에 질려서 소리를 질러대는 딸. 평소부터 사이가 좋지 못하던 아버지에게 반항 하는 아들. 위기상황이라고 특별히 좋아질것을 기대할 수 없는 가족관계...
억지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이려다가 유리창에 던저 버리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명장면입니다.

또다른 명장면은 아이에게 자동차 CM송을 불러주는 장면이고요.

사진관 현관에 전시해놓은 가족 사진속 같은 가족들 (이를테면 인디펜던스 데이의 대통령네 집) 보다야 이런 모습들이 훨씬 더 느껴지는 장면이겠지요. 우린 대부분 그렇게 살지 못하거든요.

마지막 장면의 어색함에 대해서는 gaya님이 좋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째서 보스톤은 그렇게 멀쩡하고, 다들 그렇게 보스톤에 가서 엄마한테 가면 안전할꺼라고 되뇌이고만 있는지에 대한, 전형적인 가족만세라고 보기에는 약간 거리가 있어보이는 톰크루즈와 나머지 가족들의 모습이 말에 관해서 말이지요.


왜그렇게 엄마만 찾았는지 뭐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반면 별로 안좋았던 장면들은 트라이포드에 붙잡혔다가 수류탄 하나로 트라이포드를 격파하고 탈출하는 시퀀스. 주라기 공원스타일의 잔재미는 있는 장면이었지만... 별로 납득은 안 간다는. 내부 수류탄 폭발 한번에 완파당할 정도의 내구성으로 백만년을 묻혀 있었다고? (아니면 스타십 트루퍼스의 핵병기 수류탄이냐?)

또 쓸데 없었던 장면은 트라이포드에 실드가 없어졌다고 굳이 개인용 미사일로 공격하던 군인들. 이봐 당신들 민간인 피난 작전 수행중이던거 아니었어? 상대가 트라이포드가 아니라 기계수라고 하더라도 보병으로 공격하진 않겠다. 결국 트라이포드를 한대 부수는 모습을 어떻게는 보여주려는 시도로 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뭐 자존심 만회용 정도겠죠.

오사카에서는 어떻게 트라이포드를 부셨는지 의문. 아마 항일 투쟁때 김일성에 관해 여러가지 "전설"이 사람들 사이에서 돌았듯, 근거없는 소문이라고 이해하는 쪽이 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오사카에서 사용된 결전 병기 (추정)



마지막으로 팀 로빈스의 캐릭터. 영화속 캐릭터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특히 딸의 눈을 가리고 지하실로 들어가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기도 했고요. 그래도 원작소설에 말만 많고 계획은 거창하지만 실제 능력은 전혀 안되는 인물이 짤려 버린게 아쉽습니다. 이 소설 때문에 이런 타잎의 사람들을 매우 싫어 하게 되었거든요.


주로 직장 상사들에게서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요새 다들 사는게 힘들어서 이런 재난에 가까운 스타일의 영화가 인기를 얻은 게 아닐까요? 힘으로 싸워서 이기는 스타일로 각색했으면 안봤을 겁니다.

@ 진짜 마지막으로 문어라기 보다는 개구리에 가까워진 외계인의 모습......
케로로 중사?

by hongsup | 2005/07/15 00:50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8)

트랙백 주소 : http://hongsup.egloos.com/tb/154300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klesa at 2005/07/15 01:06
오사카 덴드로비움 간만이군요 ^^;;;
Commented by luapz at 2005/07/15 01:32
화성인들에게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 배우면은 지구에서 최고가는 갑부가 될 수 있을거 같아요
Commented by 하얀까마귀 at 2005/07/15 02:11
백만년전도 뜬소문이고 사실은 몇십년전에 (추정) 땅에 씨를 심고 그게 무럭무럭 자라난게 아닐까요? (아니면 그게 백만년 갈고닦은 침공계획이라는건가..;;)
Commented by 모모판다 at 2005/07/15 02:14
팀 로빈스 씨는 역시 굴착 전문 배우시더군요. 이번엔 실패했지만...;;;;;;
Commented by 오리대마왕 at 2005/07/15 10:57
아니,지온군에서 언제 저런 녀석들을 만들었죠? :)
Commented by jedina2t at 2005/07/15 20:10
개인적으로 트라이포드 동체부분 앞모습을 보면서 빅잠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오사카에서 저 병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을지도!
Commented by ◆박군 at 2005/07/15 21:03
중간중간에 나오는 인상깊은 언급들이 있군요[....]
Commented by 샴푸 at 2005/08/07 01:08
영화를 잘보시면 땅에 박혀있던게 아니라 벼락의 모습으로(벼락을 타고) 땅속에 박히게 되죠... 방송국에서 촬영한거 리플레이해보는 대목에서 나옵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