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영혼의집 2


원래 2권 감상은 따로 안쓰려고 했지만 책을 읽다가 가슴이 시렸던 책은 오랜만이기었기에 감상을 덧붙입니다. (1권 감상) 물론 원래는 1권짜리 책이고 번역하면서 두권으로 나누었습니다.


[작가인 이사벨 아옌데는 ... 삼촌인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좌파 연합 정부가 피노체트의 쿠데타에 의해 무너진 뒤 ...]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가 가장 많이 들어있는 4대째의 주인공 알바의 이야기에서 책의 모든 내용이 집중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작가가 가장 많이 투영된 주인공인 알바는, 보수당 최고위원 이자 상원의원인 외할아버지 에스테반, 그 소작인 아들 출신으로 사회주의 노래 가수인 아버지 페드로의 갈등의 집합체 입니다. 작가는 계층, 사상간의 갈등이 아주 이념적인 것이거나 현실과 유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삶의 일부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청년기에 접어들고 나서 알바는 우리나라 근대사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학교안에서 반정부 시위를 하다가 포위를 당해 전기와 물이 끊긴 건물에서 포위당한다던가. 쿠데타가 발발하여 가족들이 죽고, 통행금지하에서 생활한다던가. 반정부인사들을 (특히 자기 애인) 숨겨주다가 적발당해 끌려가서 고문을 받는다던가...

이 소설의 아름다운 점은 이렇게 분노스럽고 치떨리는 내용을 단순한 고발이나 기록으로 그친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전통적인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환상과 결부시켜,또 몇대에 걸친 인간의 '업'의 연결로 이야기 해 줌으로서, 그러한 피와 고통의 얼룩진 역사를 담담하고도 인상깊게 서술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환상문학이 도구적으로 쓰인 예라고 할 수 있을까요?

피노체트는 1973년 쿠테타를 성공시키고 1989년 '대통령 집권연장찬반투표'에서 패배하여사임하고 지금은 어디 다른나라에 망명해서 잘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들은 바로는 피노체트가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 박정희로 그가 죽었을때 조기를 계양하게 했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이런 칠레와 이제 FTA를 맺게 되었으니 국가간에도 업의 순환인가요?

책에서 몇 마디를 옮겨 적어 둡니다.

[...늙은 투사의 가슴속에서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흥분이 퍼덕거리고 있었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과 대통령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지."
그가 비탄에 젖은 동지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그렇지만 새 대통령을 제거해버리겠다는 생각은 아직 아무도 하지 못할 때였다. 새 대통령의 적들은 그를 승리로 이끌었던것과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그를 파멸시킬 수 있을 거라고 .(중략)..그리고 새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 미국 정보부에서 파견한 미국인들과 함께 자리했다. 그들은 자신의 사보타주를 '경제적 불안정화'라고 명명했다...(중략)
"난 이 나라를 잘 알고 있소 그놈들은 결코 언론의 자유를 해치지 않을 거요. 게다가 그게 그놈들 정부의 정책이요. 그들은 민주주의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맹세했소. 우린 그들이 놓은 덫으로 놈들을 잡을 거요."]

[... 중상류층과 경제적 실권을 거머쥔 자들, 곧 쿠데타의 편에 섰던 이들은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중략)... 그들은 오직 독재 체제만이 구차한 설명 없이 강제적인 물리력을 행사하여 자기네들의 특권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는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않았다.]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제가 보기에도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사실은 아까전에 우연히도 칠레와 그 영화 감독들에 대한 NG의 다큐먼터리도 잠깐 보았습니다. 라틴아메리카가 포퓰리즘 때문에 망했다느니하는 소리를 이 작가 앞에서도 한번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습니다.

by hongsup | 2004/07/14 20:02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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