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인간과 상징



인간과 상징은 칼 구스타프 융과 그의 그룹의 사람들이 '일반 대중'을 위하여 적은 책이며 융의 유작이기도 하다. 여러 번역이 있겠지만 내가 읽은 것은 장미의 이름등의 번역으로 유명한 이윤기씨의 번역이었습니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1970년대 부터 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많은 애를 썼는데 다 실패하고 96년에 (다른 출판사들에서 이 책이 이미 나왔음에도) 와서야 출판 되었다고 후일담을 늘어 놓는다. 어쨌거나 하드커버에 수백장에 이르는 순컬러 그림이 무척이나 가치있어 보이는 책이 만들어 졌으니 다행.




융의 이론 [집단 무의식]은 흔히들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신화의 원형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로 겉핱기 수준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이 책을 좀 읽으면그 보다는 더 많은 내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입문서'를 목표로 서술된 책이므로 너무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는다. 그렇다고 쉽게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이야기는 또 아니지만.

이 리뷰는 책에서 읽은 거랑 내가 이해한 것이랑 마구 섞여 있으니까 알아서하시길.
난 심리학 전공도 문학 전공도 아니고 그냥 엔지니어다!

여러가지 개념과 사례들이 쏟아져나오는데 그중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 것이 무의식의 존재인 것이다. 무의식의 존재의 (재)발견이야 말로 현대 심리학 발달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설명된다. 문명화되지 않은 혹은 의식화가 진행되지 않은 상태의 인간은 의식과 무의식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의식이 진화된 현대 인류는 이 분화가 현저히 분리되어 있어서, 이제 우리는 '의식'만을 자신의 본질로 파악하고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본질은 무의식을 포함하고 있다. 융의 설명을 빌리자면 본질적인 "자기"를 구의 중심에 놓인 '씨앗'이라고 한다면 의식하고 있는'자아'는 그 표면에 하일라이트 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이해에 따르면 무의식 곧 자기는 자아를 움직이는 힘이며 에너지이고, 자아는 의식이 움직이는 영역인 것이다. 좀더 SW 엔지니어적인 이해를 해보면 자기는 OS및 시스템 프로그램 라이브러리 일체이며, 자아는 최상위 어플리케이션이라고 할 수있다.

현대인류의 무의식은 의식과의 소통이 단절되어 이를테면 '꿈'을 통해서민 그 통신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므로 꿈에 나타난 심상이나 상징과 같은 것은 자신의 무의식이 자기에게 보내는 신호와 같은 것이므로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책의 출판 권유를 받았을때 융은 처음에 거절했지만, 그는 꿈에서 자신이 대중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을 본다. 그제서야 융은 자신의 본질/무의식은 이 책을 쓰는 것을 바라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테면 헛나온 말이 진심이라는 소리가 있다. 무의식이라는 존재는 의식에 의해서 억압되고 억눌리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이따금씩 의식의 수면위로 뿜어져 올라오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무의식은 의식의 영역 밖에서 여러가지 활동을 한다. 우리는 의식의 영역만을 인지하지만 실제로 무의식이 더 많은 것을 인지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나가면서 맡은 꽃냄새에서 무의식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불현듯 슬픈 감정을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더 좋은 예로 태몽을 생각해 보자. 융에 이론에서 태몽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식은 본인이 임신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 만 무의식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메시지를 꿈을 통해 의식에 전달하는 것이 바로 태몽이다.

꿈과 상징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보면, 먼저 상징과 기호의 구분은 상징은 무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고 기호는 의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를테면 오륜기 마크는올림픽을 나타내는 <기호>이지 <상징>은 될 수 없다. 융이 이야기하는 원형이라는 것 혹은 원시적 이미지라는 것은 단순히 신화 이미지나 모티프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상징을 만들어 내는 마음의 경향성을 의미한다.

마음/무의식 이라는 것은, 물론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신비스런 영향이긴 하지만,전혀 새롭고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구성하는 일부로서 진화된 것이며,인간이라는 존재의 일부라고 하자. 이를테면 인간은 팔이 안으로 굽고, 움직이면 배고픈 것 처럼, 어떠한 류의 심상을 만들어 내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원형>이다. 세계의 많은 신화가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유사한 내용을 지니는 것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신화에 나타나는 영웅들의 모습은 자신의 심리의 형상에 다름 아니며 그 영웅들이 거치는 모험이란 자신의 무의식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다. 문학작품에 나타는 모습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억압된 무의식의 폭발은 신경증과 광기라는 현상을 만들어 낸다. B사감과 러브레터 읽어보지 않았던가? 반면에 무의식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예술가들의 영감은 모두 무의식으로 부터 나오는 것이다. 과학이나 공학에 있어서도, 이를테면 벤젠고리의 6각구조의 발견에 있어서의 꿈의 역할 (꿈속에서 나타난 꼬리를 문 뱀/거북)은, 무의식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무의식은 때때로 자신의 어두운 모습 즉 <그림자>로 나타나기도 한다.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두운 면인 존재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 무의식이 던지는 메시지는 항상 옳은 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단지 남이 아닌 '자기'의 목소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결국 이럴때 자기 무의식을 통제할 수 있는것은 의식의 몫이 된다.

융박사는 진정한 행복은 내면에서 찾을 수 밖에는 없으며 이러한 내면의 행복은 자기의 무의식과의 합일을 통해서 얻어 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융박사는 알란가 모르겠는데 이 행복의 상태에 대해서는 사실 공자님이 이전에 말 한 적이 있지 않은가? 從心所欲不踰矩 (종심소욕불유구.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더라도 도를 벗어남이없다) 라고. 나이 70에.

그 밖에도 여러가지 재미난 개념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애니마/애니무스. 이를테면 남성이 가지고 있는 내제된 여성성, 그리고 여성이 가지고 있는 내제된 여성성인 것이다. 많은 남성/여성이 사랑하는 상대를 찾을때 이러한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를 상대에게 투사하여 찾고 있는 것이다. 고대나 연금술의 상징에서 이러한 존재들을 자주 양성 합일체의 형태로 표현된다. 이를테면 이런거..




인간의 정신속에서 나타나는 <원형>의 이미지라는 생각은 예술과 과학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이책의 나머지에서는 고대신화에 나타난 원형의 이미지, 그림과 건축등에서 나타난 원형의 이미지를 분석해 준다. 이를테면 샤갈의 그림이나 델키리고의 그림은 화가의 무의식세계에서 나타난 심상으로서 이해가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이비 꿈 해몽서와는 좀 거리를 둬야 할것이 인간의 정신세계란계 극도로 미묘하고 각각의 개인이 나타내는 개성화된 상징이 어떻게 표현될지는 알수 없으므로 해몽서 한권 가지고 무의식의 상태를 알아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밖에 무의식을 통한 영혼과 신의 탐구 같은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었다. 쉽진 않지만 재미나고 읽을만 한 책이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한다면 더 풍족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아마 융박사가 독자들에게 바랬을 것이고. 실제로 나의 경우는 무제를 해결할때 무의식의 도움을 많이 얻는편이다. 이를테면 뭔가 문제를 생각하고 딴 짓을 하다보면, 갑자기 답안이 떠오른다거나 하는 것이다. 편리하군 무의식이란거!

@ 근데 융이 말한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가 어떻게 '점술'이랑 다른지는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by hongsup | 2004/08/02 23:51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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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니케 at 2004/08/03 04:09
난 프로이드보다 융.
그리고 '인간과 상징'은 나의 애장서지. 난 꿈을 무진장 많이 꾸고,꿈 속에서 그 꿈의 의미(상징)를 인지하기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거든-0-; (물론 해석이 항상 옳다고는 못하겠지.)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와 점술이라. 난 융이,인간에게 결국 '식스 센스'가 있다는 말도 하려는 것이라 생각해.
Commented by hongsup at 2004/08/03 17:20
결국 ... 점술이란 소리잖아!
Commented by 깜찍 at 2004/11/02 23:03
재미있는 책 같습니다, 읽어보려고 퍼갑니다
더불어 책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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