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28일
[감상] 엘러건트 유니버스
원제는 The Elegant Universe
왜 엘레강트 유니버스나, 우아한 우주 가 아니라 엘러건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현대 물리학의 최첨단에 위치하고 있는 '초끈 이론' (혹은 줄여서 '끈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물리학을 소개하는 책이면서도, 도저히 피해갈수 없는 수식들을 배제하고, 일상적인 용어로 그 수식들의 결과와 그것의 의미만을 서술함으로서, 일반인들에게 현대 물리학자들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를 그럭저럭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 주고 있다.
저자 자신이 초끈 이론에 업적을 남긴 훌륭한 물리학자이기 때문에, 잘 모르는 내용을 피상적으로 소개하는 과학 입문서적의 혼란스러움과 대비되도록, 초미시세계와 그곳에 숨어있는 우리 우주의 진짜 모습, 그 아름다운 세계를 흥미롭고도 읽기에 편한 문체로 서술해 주고 있다. 러더포드의 말을 인용하자면 "무언가를 전문 용어 없이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그것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
책은 먼저 우리가 대학 기초 물리학에서 배우는 특수/일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양자역학에 대해 소개한다. 이 이론들이 어떻게 우리가 직관적으로 느끼는 "세상"에 대한 인식에 변경을 가지고 왔는지를 소개한다. (한때 과학의 최첨단이었던 이 학문들은 이제 학부 1년차 교과서의 교양이다. 물론 비전공자들은 그걸 제대로 이해하는거 같지는 않지만.)
문제는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서로 충돌한다는데 있었다. 두 이론 모두 결국 우리 우주의 성질을 기술하는 수학적인 방정으로 표현될 수 있을 테인데, 이 둘을 한꺼번에 고려한 방정식을 풀어내면 입자의 에너지가 무한대가 되어 버리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이다. 즉 두 이론은 양립할 수 없다는 해를 가지게 되고, 우리는 이 두이론이 각각 거시세계(별, 은하, 우주)와 미시세계(중성자, 양성자, 전자, 쿼크)를 매우 잘 설명해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자들은 당혹해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하나, 소립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고등학교때 배운 중성자와 양성자를 이루는 입자들을 물리학자들은 이제 관측해 내고 있다. 그리고 핵분열같은 고에너지 반응시에만 존재할 수 있는 다른 입자들도 찾아내고 그 성질들을 분류해낼 수 있다. 그런데 이 입자들에게는 처음 원자구조를 발견할 때와 같은 쉬운 법칙성을 찾을 수 없다. 이 입자들은 원래 그런 것인가? 다른 '엘레강트한' 설명은 없는 것일까?
다음으로 힘. 자연에는 근본적으로 4종류의 힘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배웠다. (중력,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그런데, 이 힘이 물질 사이에 전달되는 것은'힘의 매개 입자'가 전달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전자기력이 작용하는 것은 "광자 photon"가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빛의 속력으로) 그런데 이 힘들은(힘입자들은) 각각 다른 성질을 지녔을까? 이것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설명은 없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으로 현대 물리학이 제시하는 방향이 바로 '초끈 superstring' 이론이다.
끈 이론에서는 만물의 근본 구성을 이루는 입자가 '점' (즉 부피가 없어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 (이를테면 고무줄 모양)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 끈이 감겨있는 모양과 진동패턴에 따라 다양한 '물질 입자 : 쿼크, 보존 boson, 전자, 뉴트리노...'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힘 입자: 광자, 글루온 gluon, 중력자 gravition ..'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단순한 아이디어는 기존의 모든 물리학 이론들을 하나의 그릇에 모순없이 설명해 줄 키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끈 이론이 어떻게 생겨나고 지금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설명해준다. 특히 저자는 결코 자만하지 않고, 끈 이론은 완성된 것이 아니며 여전히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서술해 준다.
끈이론은 우리 우주의 진짜 모습에 대한 여러가지 새로운 이해를 발전시켜왔다. 그중 내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우리 우주가 4차원 (아인슈타인이 시간 차원을 공간 차원에 통합시켰다. 그리고 시간차원은 항상 미래로 흐르고 있다.)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 (10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끈이론과 무관하게 수학적으로 발전되었다.) 예를들어 기다란 호스 hose를 멀리서 보면 1차원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보면 그것은 하나의 차원(즉 호스의 면)이 '감겨' 있는 2차원 물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우주도 멀리 뻗어있는 세개의 공간차원(상하,좌우,앞뒤)와 극미세 영역속에 '감겨'있는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이다.
물리학의 세계는 사실은 수학적으로만 이해될수 있다. 물리학자들 조차 고차원의 세계를 머리속에서 시각화 할 수는 없다. 낮은 차원의 그림(1차원, 2차원)으로 부터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진짜 고차원의 문제는 수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초기 끈이론의 오류로 부터 유도된 결과는 이 우주속에 6개의 숨겨진 차원이 칼라비 야우 Calabi-Yau 도형이라고 하는 형태로 감겨져 있을 것을 예측했다.
잠깐 정리해 보면,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면서, (내 리뷰에서는 지금 생략했지만 초대칭을 설명하면서) 물질과 힘의 특성을 모두 통합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수학적으로 서술된) '끈'의 진동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 수식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그리고 예언된) 힘과 물질의 성질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끈이, 기존의 3차원외에 추가로 '숨어있는' 6차원 상에서 진동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우리 우주가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 그렇게 감겨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우주에는 (지금 우리가 관측하는) 입자들과 힘이 (관측되는) 그런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라고 하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론인 것이다. 이 이론이 '궁극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이라는 별명을 가진것도 이해가 갈 것이다.
무언가 억지인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학자들도 그랬다. 첫번째로 초끈이론이 보여주는 실험적인 결과가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초끈 이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실험적인 결과가 있어줘야 할텐데, 현재의 관측 기술 수준에서는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초끈이론의 대가인 위튼의 말에 따르자면... "초끈 이론은 중력의 존재를 예언했다."
또한 초끈 이론 자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우리 우주의 진짜 모습인 칼라비-야우 공간중 가능한 가지수는 수만가지가 된다. 동일한(isomorphic) 것들을 제외하고 남은 숫자이다. 게다가 초끈 이론을 기술하는 수학 자체가 정확한 해를 가지기 어렵기 때문에, 근사적인 수단을 쓰고 있기 때문에 부수적인 문제가 따르고 있기도 하다.
끈이론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기술을 시작했을때, 다섯가지의 다른 형태로 기술될 수 있었기 때문에 신빙성을 잃고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등장한 M-이론은 (10차원의 끈을 11차원의 '막' membrane으로 대체한 이론) 알려진 다섯개의 이론사이의 duality 관계를 입증해 냄으로서, 다섯개의 이론을 통합하여 끈 이론의 발전을 가져왔다.
저자는 여러가지 비유들을 사용하여 물리학적인 개념들을 일반적인 독자들이 이해할만한 형태로 전달해 주고 있으며, 역자 또한 이 분야를 공부한 Ph.D 이자 번역가였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번역을 얻을 수 있었다. (스티븐 호킹책과 비교해 보면, 이 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불과 십년쯤 전에 이루어진 끈 이론의 혁명기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내가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공부할때 과학자들도 모르고 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당시에 읽었던 소립자에 관한 책들이 혼란스러웠던것도 이해가 간다. 옛날 과학책은 읽을게 못된다.) 생각해 보면 아인슈타인이 그의 이론을 처음 끄집어낸것도 고작 100년전이다. 물리학이 다루는 범위는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확장되었으며, 그만큼 우주에 대한 인류의 인식도 깊어진 것이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유한하고 보잘것 없는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일단 살고 보는 것'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남보다 잘사는 것'을 지상 명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그러나 우주는, 아름다운 수학 체계 속에 기술되어 있는 우아한 자신의 모습을 봐달라고 인간들을, 혹은 다른 생명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 by | 2006/02/28 18:12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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