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마음의 기원 (EVOLUTINARY PSYCHOLOGY)


 감상이라는 분류를 쓰기가 조금 애매한 것이 마음의 기원이라는 이상한 제목과는 달리, 이책은 [진화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약간 본격적인 입문서로 일종의 교과서라고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 앞면에 떡하니 그려져 있는 다윈에 관한 그림과 “다윈의 예언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인간에 관한 신비의 해답”이라는 선전 문구가, 책을 읽고 나면 상당히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다. 뭐랄까. 미술 교과서 앞면에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 한 장 붙여놓고 “보티첼리가 문을 열어준 중세 누드의 세계” 이렇게 제목을 달아 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진화심리학이란 무엇인가?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심리, 즉 이성과 감성이라고 하는 두뇌의 작용은 어떤 수학적인 기능을 하는 블랙 박스가 아니라, 손가락이나 심장과 마찬가지로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특정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형태로 발달하여, 현재의 작용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것을 이해하려고 하는 이론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이 기존의 '사회 심리학', '인지 심리학', '발달 심리학', '성격 심리학', '문화 심리학'과 같은 전통적인 심리학의 (인위적) 체계들을 하나의 큰 틀로 묶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강력한 수단이라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특정한 어떠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의 기본 '심리적 매커니즘'을 발달시켜 왔다는 것이다. 심리적 매커니즘? 예를들어 사람들이 보기에 멋지다고 느껴지는 풍경은 무엇인가? 문화적인 차이를 고려한 여러 집단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풍경은, 탁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주 열려있지는 않고, 나무와 물등과 가까운 곳이다. 이러한 곳은 수백만년동안 수렵/채집 하던 영장류 조상들에게 주위를 관찰하기 유리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에 용이한 곳이었으며, 또한 식량 자원을 얻기에도 어렵지 않은 곳이다.  반면 너무 탁 트인곳이나 자원을 얻기 힘든 곳은 다른 정서적 감정(황량함)을 일으킨다.


 

















 결국 진화 심리학은 우리의 심리 체계 (혹은 인간이란 종의 본능?)가 그렇게 발전해 왔는가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가설)을 제시해 주는데 이러한 가설들은 결국 진화론적 가치 - [생존] 및 [번식]에 있어서 그런 심리가 어떠한 기여를 해왔는가를 설명해준다. (물론 과학으로서의 진화 심리학은 단순히 이러한 진화론적 설명을 세우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가능한 방법 - 문화 비교, 화석 비교, 맥락 비교등의 실험을 통하여 그것을 검증해간다는데 그 가치가 있다.)

  다른 재미난 예로, 길을 찾거나 기억하는 방식이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남성들은 공간의 심적 회전과 이동에 더 능숙하고 ("...거기서 우회전해서 300미터 정도 지나서 사거리에서 아래로 100미터에서 내려와서 다시 직좌회전 ...."), 여성들은 대상의 위치 배열에 더 능숙하다. ("... 파리 바게트 지나서, 오른쪽으로 농협건물 나올때 까지. 거기서 스타벅스 끼고 돌아서 ...")  이러한 현상은 남성은 "수렵"을 위한 진화를 (멀리까지 가서 처음 보는 숲속을 헤메고 다니는) 여성은 "채집"을 위한 진화를 (주변 공간에서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확인하는) 각각 해왔다는 가설을 지지한다.

  번식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는 어떠한 선호와 전략을 각각 사용하는가도 책에서 많은 분량을 할애한 내용중에 하나있다. (극단적으로 표현을 해보자면, 남자는 왜 마초고 여자는 왜 된장인가?)
 : 번식 및 양육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비대칭이다. 여성은 임신-수유 기간을 포함한 많은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장기적 배우자]를 고름에 있어서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나타내는 여러 표지를 선호하며, 또한 [배우자에 대한 헌신]을 마찬가지로 높게 선호한다. 남성의 경우에도 [장기적 배우자]가 유리한 점은 부성에 대한 확실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원을 남의 유전자에게 낭비하지 않는다!) 남성이 지향하는 여성의 외모 역시 건강과 출산에 대한 관련성이 높은 특성들을 -마찬가지로 무의식중으로도- 찾는다.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 출산 능력, 고운 피부; 영양 및 건강)

  [단기적 짝짓기]에 관해서도 여러가지 가설이 있는데, 남성에 대해서는 매우 직관적이다. 남성은 명백히 단기적 짝짓기를 통해 자신의 번식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자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반면 장기적 배우자의 기회를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배우자를 교환하거나 자원을 얻을 기회, 그리고 좋은 유전자를 얻을 수 있는 기회에 대한 가설들이 있다.







   인간, 특히 남성의 공격성에 대해서도 (초기단계이며 제한적이기는 해도) 진화 심리학적 이론들이 소개된다. 공격성으로 부터 인류가 얻어왔던 적응적 이득은 자원의 획득, 공격에 대한 방어, 동성간의 번식 경쟁 승리, 지위 상승, 그리고 배우자의 배신 방지였던 것으로 주장된다. 남성이 공격성이 더 강한 이유 역시, 짝짓기 상대를 얻기 위한 경쟁으로 부터의 진화적 산물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가설들에게는 약간의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이러한 진화적 '매커니즘'들은 항상 경직되고 융통성 없게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들은 특정 상황이나 맥락(context)에 민감하게 발전해 왔다. 이런 '루틴'들이 실행이 되는지 아니 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개인/문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

  남성과 여성에 대한 자원접근을 둘러싼 갈등에 관힌 이론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데, 남성이 자원을 독식하고자 하는 경향 역시, 남성과 여성의 번식 전략이 함께 진화해 간 잔재물로 소개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남성의 로망 하렘을 만들기 위해 남성은 지위를 높이고 자원을 획득하고자 한다!)


  글을 쓰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와 이론들만 골라서 예를 들어 버린 거 같은데, 인간 심리에 있어서 가치 중립적이면서도 통찰력 있는 진화론적인 설명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인지하거나 추론하는 방법 같은것들이 있을 수 있겠다. 책에 안 나와 있는 경험적인 예를 들어보면, 우리 딸(생후 17개월)은 여러가지 동물 그림들을 서로 구별해 낼 수 있다. 이를테면 강아지나 고양이를 잘 알아보고 구별해 낼 수 있으며, 이는 여러가지 다양한 아종(삽살개, 진도개, 세퍼트...)에 대해서도, 그리고 사진이나 그림, 혹은 의인화된 그림에 대해서도 그 특징을 골라내어 구별 할 줄 안다. 그렇지만 그보다 훨씬 단순한 모양 (숫자, 한글, 알파벳)은 제대로 구분해 내거나 분류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인간이 추상적인 연역 문제를 잘 풀지 못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동일한) 특정한 맥락 문제 (예, 사기를 치고 있는 사람을 찾기)로 바꾸면 훨씬 더 잘 풀게 됨을 보여주었다.


  정리해 보면, 진화 심리학은, 그 기본 전제가

      - 인간은 자신을 종으로서 정의해 주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 인간의 본성은 수 많은 심리적 매커니즘으로 이루어져 있다.
      - 이러한 심리적 매커니즘들은 (인류의 역사속에서) 특정한 문제를 잘 해결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 심리적 매커니즘은 특정 상황에서 맥락에 따라, 어떠한 결정 규칙을 통해 발현된다.
    
와 같고, 이러한 전제하에서 특정한 인간 심리의 양상을 진화론적 가설 (이러한 심리가 과거 인간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었기에 오늘날 우리에게 전달되어 졌는가)로 설명하고, 그것을 과학적인 실험/분석 방법을 통해 검증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가지 노트를 덧붙이면, 인간이 진화해온 환경과 (지난 수백만년동안의 수렵/채집 생활), 현재 인류의 생활 (농경 생활한지 끽해야 한 만년? 산업 생활한지 길어야 200년) 의 기간은 너무 짧기 때문에 과거 진화의 적응이 현대 사회의 최적은 결코 아니다. 책에 나온 좋은 예로는 '고열량 지방질에 대한 입맛 선호'가 있는데, 열량이 부족하던 과거인에는 도움이 되었겠지만, 현대인은 성인병으로 단명한다. 현대 생활에 대한 진화적 적응이 지배적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짧다.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통찰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프로이트의 성적 충동에 관한 고찰이나, 융의 내면적 자아에 대한 고찰을 인간 본성의 심리적 매커니즘이라는 측면에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융의 이론처럼, 인간은 생각보다 논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성이 우리를 조종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 기저에 있는 심리적 매커니즘들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러한 매커니즘들을 무조건 억누를 경우 그것은 결국에는 다시 튀어올라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내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 시켜야 내가 행복해 지는걸까? 문제는 도덕성 또한 우리의 본성중 하나라는 것이다. (책에도 소개되었지만, 내가 동의하는 견해) 결국 인간의 본성적 욕구들을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인 거부감 없이 충족시키는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감일 것이다.

생각을 정치/사회로 까지 확장시켜 보면, 진화를 통해 얻어진 적응 (본성) 만으로 현대 사회를 조화롭게 유지해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이성을 진화시켜 왔다.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얻어진 지식을 통해 이러한 사회를 만들고 유지 시킬 수 있을것이다. 진화론 적으로 말하자면 각 개체의 생존/번식을 위한 경쟁이, 다른 개체들을 심하게 훼손하지 않아서, 종 전체의 유전자 pool을 다양하게 유지 할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 혼자 잘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되도록 많이 같이 살아가게끔 만들 수 있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라고 우리는 이성을 진화시켜 온 것이라 믿는다.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고, 번역도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아마 관련 분야에서 공부하는 교수/학생들의 번역일듯) 어쩌면 심리학자들이 글쓰는 방식보다 생물학자들이 글 쓰는 방식이 내게 더 이해가 잘되어서 그랬을 지도 모르겠지만.

by hongsup | 2007/01/31 00:40 | 창작과 비평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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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느니삽 at 2007/01/31 09:19
마초 그림 원츄~
Commented by Decaffeine at 2007/02/02 06:21
아, 최근 갑자기 생각나 들렸는데 이런 무거운 글이..ㅠㅠ 만담이 그리워요
Commented by 오준규 at 2007/02/09 13:08
오랜만에 다녀간다~ 녹슬지 않은 통찰력. 멋지다. 읽어볼까 1g정도 고민중
Commented by TinyMIni at 2007/02/18 13:06
잘 봤습니다 -ㅂ-/ 링크 신고 할께요/
Commented by 지읒 at 2007/04/08 22:54
잘 읽었습니다. 진화심리학에 관해서라면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이기적 유전자 외에 다른 것들도)랑, 밈학 관련된 루시퍼 원리, 마인드 바이러스 등등도 추천이에요. 다들 읽기 즐겁고 통찰을 선사하는 책들이죠 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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