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9월 20일
인턴 마치고...
그래픽 관련된 반도체 회사에서 3개월동안 일하던 게 오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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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간단하게 기록해 보면
1)
국내 반도체 회사에서랑 일하는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지루한일 힘들게 하는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인데, 훨씬 더 플렉서블 하고 빠르게 움직인다고 할까.
한국 전자 회사 대기업에서 뭔가 무슨 문제 있어서, 남의 부서에 도움이라도 청할려면 우리 부장 통해서 그쪽 부장 통해서 실무자 만나서 이야기 전달하면 세월아 네월아이고 그렇게 넘어온 일은 결국 "남의 일"이라서 차곡차곡 쌓여 있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부서간에 경쟁이 있어서 보이지 않는 벽이 많았 었고.
그에 비하면 이동네 일하는 방식은, 그냥 막무가네로 이메일을 살포하면 누군가가 항상 도와준다. 직급이고 뭐고도 없고 그냥 이메일 막 보내면, 어찌어찌 관련된 사람에게로 메일이 포워딩 되고 답이 온다. 일하는거의 #1 프라이어티는 남을 가로막지 말라다. (그에 비하면 수원에 있었을때 제일 많이 들은 충고는 "남의 꽃에 물주기" 하지 말라였다.)
그와 함께 노하우 축적을 하도록 해서, 한번한 실수를 되도록 반복하지 않도록 해둔다. 간단한 위키 스타일로 계속 링크를 만들어서 검색이 되게 만든다. 누가 물어보면 그냥 그 위키를 가르쳐 준다.
물론 항상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만은 아니고, 탁구치듯 살짝 건드리고 발을 빼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효율성이 향상되는거 같았다.
2)
옛날 직장에서 했던 일중의 하나가 상위 레벨 설계 - 시뮬레이션 만들고 하는 일이었는데, 이게 잘 안되었었다. 몇가지 문제들이 있긴 있다. 모델에서 하드웨어로 자동 생성이 안되는 거. 100%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할 순 없다는 거. 시뮬레이션 시간이 아주 빠르지는 않다는 거. 등등등. 이런저런 문제들 때문에 이거 잘 안된다, 이거 너무 힘들다. 하던거나 잘 하자 그쪽 분위기였다. 지난 회사에서 만드는 물건중에 제일 복잡한 게 간단한 프로세서 코어 사다가 동영상 복호/부호기 만들어서 붙인 칩이였다.
여기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에서 일을 했다. 위에서 말한 모든 문제는 여기에도 다 존재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HW 설계 인력 중에서 상당수가 상위 레벨 설계 하는 사람들이다. CPU 만큼이나 복잡한 제품 만들면서, 상위 레벨 시뮬레이션으로 설계하고, 분석하고 검증에도 다 사용한다. 잘 안되는 문제들 다 인정하고, 그걸 돌아가거나 그 문제들이 존재하는 가운데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냈다. 여기서 만드는 제품엔 수백 스레드 SMT 하는 코어에 그래픽스 가속기 전용 하드웨어 가 덕지덕지 붙어있고 거기에 동양상 복호/부호기 모듈도 붙어 있다.
3)
반면 출퇴근 시간은 터치 안하는데 평가는 좀 냉정하게 한다. 놔두길래 중간에 좀 어리버리 대충 했더니 중간 리뷰 평가가 안 좋게 나왔다. 차라리 자주 좀 이야기를 해 주던지. 막판에 분전해서 간신히 B+ (recommend for continued internship) 수준 까지는 만들었다.
나야 뭐 인턴쉽이고, 졸업하려면 멀어서 직장 잡으려면 좀 남았으니까 별 문제 아닌데 어제 구조조정 발표 있었다. 이 동네 분위기가 원래 이렇게 한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옆에서 겪어보니까 느낌이 좀 달랐음. 우리 부서에선 내 근처에서 나랑 비슷한 일 하던 사람을 포함해서 몇 명 나갔다. 잔인한 매니저같으니라고. 목요일날 나가라 그럴 사람 앞에 두고, 화요일날 웃으며 회의시간에 업무점검을 하다니. 대상자는 그 매니저가 선정해서 올렸을거 아닌가.
4)
영어는 이상하게 보스랑 이야기 할때만 되면 말이 꼬여서... 보스가 워낙 공격적으로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이라.. 덕분에 평가 리포트에 커뮤니케이션이 힘들다고 찍혀 버렸다. 중국계 직원들 중에 나보다 억센트 강한 사람도 많더구먼. 아, 그중 한명 짤렸지. 바벨 피쉬 한두마리 어디서 못 주어 오나.
5)
전직원과 사장과의 대화 시간이 한번 있었다. 그 때가 1,2분기 실적이 안좋다고 발표난 다음이었다. 회사 식당강당에서 했는데, 사장이 무대에 올라가서 이야기를 했다. 손에는 뭘 들고 있었냐 하면, 직원들로 부터 들어온 항의 편지들이었다. "우리는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왜 실적이 이렇게 되고 있냐. 마케팅 팀은 뭐했냐. 전략이 뭐냐. 경쟁사들이 따라오는걸 왜 미리 알지 못했냐..."
사장이 올라가서 해명을 했다. 우리들의 지금 문제가 뭔데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리고 이전에 있었던 비슷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었다고. 앞으로의 전략은 뭔지, 비전이 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줬다. 도입부는 스탠딩 코메디 하는거 같았고, 뒷부분은 무슨 족집게 학원 선생 같았다. 직원들 각자 책임을 다하라는 이야기도 물론 했다. 지금 니가 하고 있는 일이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알고 있으라고도 했고. (비용감소/성능향상/시장창출 등등...)
월요일에도 있는데, 그때는 또 분위기 다르겠지. 창립이후 첫 구조조정 한 다음이니까.. 가보면 재미있겠지만 아쉽게도 인턴쉽이 끝났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 회사 사장도 황씨였다. 그 사람이 무슨 체육관에서 년초에 임직원들과의 대화 행사를 하는걸 녹화 중계로 본적은 있었다. (물론 지난번 회사와 요 회사는 직원 규모가 차이가 많이 난다.) 앞줄에는 임원단 사람들 앉아있고, 선별된 간부사원(부장/과장)들이 뒤를 가득 매우고. 진행 요원의 멘트와 함께 클래식 뮤직과 함께 사장님 입장하시면 기립 박수 쳤던거 같다. 각 사업부 별 업무 계획 한번씩 읊어 주시고, 거기서 자기가 하는 일 언급되면 그 부서장 어깨에 힘들어간다. 어느 부서 분발해야 된다고 한마니 나오면 초상집 나는거다. 박수치고 만세는 안 불렀나? 사회자에 멘트에 맞춰 축배를 드는 자리 있었던거 같고...
형식이나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안 좋을때 한쪽에서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었고, 다른 쪽에서는 직원들을 깠다.
아, 물론 구조조정은 엔지니어가 당하는 건 동일하다.
@ 어쨌거나 다시 학생.
@@ 월급도 이제 없으니 낑낑대며 찌질하게 월세사는 삶으로 복귀...
# by | 2008/09/20 06:50 | 만담과 생활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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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랍의 생각
회사가 안 좋을때 한쪽에서는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었고, 다른 쪽에서는 직원들을 깠다. - 300 아저씨 돌아오셨네....more
아놔..
아이고......ㅠ_ㅠ
* 어렵게 새로 구한 직장에서 직위명이 무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데, 농땡이치는 거 안 들키고 잘 버텨야 할텐데... -.-;;